여성들을 위한 성서주석-구약편 오늘날 많은 여성 그리스도인들이 성서를 통해 힘과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성서 본문 앞에서, 성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데 성서가 이용되어 온 역사 앞에서 당혹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자신이 여성임을 자각하면서 성서를 읽을 때 제기되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여성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성서와 외경 각 권에 대한 개괄과 여성과 관련된 본문 주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책은 성서에 대한 여성들의 다양한 관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여성들을 위한 성서주석』은 완결된 주석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질문과 관점을 가지고 성서를 읽는 여성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다.
여성들은 오랜 세월 동안 성서를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여성으로서 성서를 읽고 있다는 자각이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여성임을 자각하면서 성서를 읽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중요하다. 여성은 성서에 대해 그 나름의 고유한 질문을 제기하며 성서 본문을 읽는 데도 여성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자아와 가족에 대한 여성의 경험, 여러 제도와 여성의 관계, 여성의 노동과 일상생활의 본질, 여성의 영성은 중요한 측면들에서 남성들과 달랐고 앞으로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성서는 그동안 누려온 종교적·문화적 권위로 인해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기능해 왔다. 수세기에 걸쳐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을 정당화하는 데 성서가 이용되어 온 것은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성서는 때로는 놀라운 방식으로 여성에게 힘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종교공동체의 일원이든 아니든 여성이 자신의 삶의 상태를 결정짓는 데 성서가 담당해 온 역할에 대해 아무런 자각 없이 성서를 읽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여성들을 위한 성서주석』은 성서에 대한 전반적인 주석이나 완전한 주석을 시도하지 않았다. 성서 문서 각권을 다루는 각 논문은 독자들이 해당 성서문서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전체내용을 소개하고 거기서 제기되는 주요 논제들을 개관하는 데서 시작한다. 자신의 경험에서부터 우러나온 질문과 관점을 가지고 성서를 읽는 모든 새로운 독자 공동체에 의해 성서는 끊임없이 새롭게 읽혀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성들을 위한 성서주석』은 결정적이거나 최종적인 주석이라기보다는 여성이 여성으로서 성서 본문을 읽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다.